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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결말 해석(악은 누구인가?)

by hkwy 2025. 5. 19.

2016년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은 단순한 공포영화를 넘어선 심오한 주제와 해석을 담은 작품입니다. 결말이 모호하게 끝나 많은 관객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과연 악은 누구인가?” 이 글에서는 영화 ‘곡성’의 결말을 중심으로 등장인물들의 역할과 상징, 악의 실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살펴봅니다.

외지인은 정말 악마였나?

영화 ‘곡성’의 핵심은 외지인의 정체에 대한 의문입니다. 그는 일본에서 온 수상한 남자로, 마을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그가 등장한 후 마을에는 연쇄살인, 환각, 정신착란 등의 이상 현상이 벌어지고, 사람들은 외지인을 중심으로 의심을 키워갑니다. 결말부에서 외지인의 실제 모습은 카메라에 찍힌 정체불명의 모습으로 드러나며, 그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명백히 인간이 아닌 존재로 암시됩니다. 이는 관객에게 그가 악마라는 직관을 심어주지만, 영화는 확언하지 않습니다. 이중성과 모호함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또한 외지인의 행동은 악의 전형적인 모습과도 일치합니다. 유혹, 기만,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는 전통적인 악마의 특성과 유사하며, 그의 집 내부에 남겨진 사진들과 물건들은 희생자들의 기록처럼 보입니다. 종교적 상징과 무속적 상징이 뒤섞인 설정은 외지인을 단순한 '악마'가 아니라, 신과 인간 사이에서 시험을 주는 존재로도 해석하게 만듭니다. 결국 외지인은 악의 화신일 수도 있고, 인간이 만들어낸 악몽일 수도 있습니다. 관객 스스로 해석해야 하는 열린 결말 구조는 곡성의 독특한 매력 중 하나입니다.

일광은 구원자였을까, 공범이었을까?

무속인 일광의 역할 역시 결말 해석에서 중요한 열쇠입니다. 그는 처음에는 구마의식을 주도하며 외지인의 힘에 맞서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영화 중반 이후, 특히 굿 장면에서 그의 행동은 애매하고 혼란스럽게 전개됩니다. 굿을 하던 일광이 돌연 중단하고, 주인공 종구에게 위험을 경고하며 마을을 떠나는 장면은 그가 선한 존재인지, 아니면 공범인지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킵니다. 더 나아가, 영화 말미에서 외지인과 일광이 서로를 아는 듯한 장면이 등장하며, 두 인물의 연결고리를 암시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상징은 ‘함정’입니다. 일광은 종구에게 “절대 움직이지 말라”라고 하지만, 이는 외지인의 덫일 수도 있고 일광이 진짜 구원자여서 그의 경고를 무시하면 안 되는 것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는 양쪽 해석 모두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종교적 관점에서는 일광이 ‘거짓 예언자’ 일 수 있고, 반대로 마지막까지 싸운 구원자일 수도 있습니다. 나홍진 감독은 어떤 설명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관객 각자가 믿고 있는 ‘선과 악’의 정의에 따라 해석하도록 유도합니다.

딸과 닭: 상징으로 본 악의 실체

주인공 종구의 딸 효진은 영화의 핵심 열쇠입니다. 그녀는 외지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인물로, 평범했던 아이가 점차 광기에 사로잡히며 영화의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립니다. 효진의 변화는 단순한 병증이 아니라 ‘내면의 악’ 또는 ‘타인의 죄로 인한 희생’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내포합니다. 관객은 효진을 통해 ‘악이 전염되는가’, ‘무고한 이도 악에 오염되는가’라는 주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한편,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닭’은 무속 신앙과 관련된 강한 상징입니다. 닭은 굿 장면에서 중요한 제물로 사용되며, 생명과 죽음, 의식과 현실의 경계를 상징합니다. 닭이 비명을 지르는 장면은 종종 효진의 고통과 연결되며, 악의 실체가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퍼져가는 것을 은유합니다. 즉, 악은 외지인 한 명의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불신, 공포, 무지 속에서 커지는 집단적 혼란의 상징일 수도 있습니다. 닭과 딸은 그 혼란의 희생자이자, 악의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나침반처럼 작동합니다.

 

‘곡성’은 결말이 열린 구조로 설계된 영화로, 선과 악의 경계, 믿음과 불신의 충돌을 극대화합니다. 외지인, 일광, 효진 모두가 악일 수도, 선일 수도 있는 구조 속에서 진정한 악의 실체는 각자의 신념 속에 존재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 당신만의 해석을 찾아보세요. 다시 보면 또 다른 의미가 보이는 영화, 곡성입니다.